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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s 다락방
한낮 태양의 뜨거움은 여전하지만 조석의 선선함, 특히 햇살마저 청량한 오전의 그것은사람이나 주변의 에너지를 밝고 싱그럽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디로는 훌쩍 떠나도 싶은 마음은 하루를 온통 설레임으로 채운다.
뜨거운 한 낮의 더위를 식히며 천둥 번개를 동반하던 요란한 소나기가 지나간 후 부터 이 밤, 내내 선선함이 가득하다. 밤 하늘을 채우던 매미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고요한 이 시간을 건너 내 방 창을 넘나든다. 여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빠르게도 가을을 향해 내달리는... 그렇게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고 내 하루하루도 떠나가고 있는데, 정작 이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것은 모든 머무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점철된 내 맘 뿐이려나....
네가 그립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는 것에 너무도 익숙했던 그래서 소중한 지 조차 몰랐던 인연. 그땐 너무 어렸었기에.... 그러나 만약 그 마음을 받았더라면 우린 지금 달라져있을까......? 말도 안되는 망상 속에서 다시 또 너를 만난다.
전화를 들었다. "수술 후 회복도 잘 됐고 나다니기 시작했어요. 밥 사줘요." 내 뻔뻔한 요구에 오라방은 흔쾌히 "와라" 라며 응해주신다. 마음도 울적했던 탓에 한달음에 달려갔고 넘치도록 재기발랄하게 내 얘기를 쏟아 붓는다. 듣기에 지칠만도 할텐데 내색 하나없이 추임새까지 넣어주시고. 늘 그렇듯 난 열,스무마디, 그리고 돌아오는건 단 한마디로 이루어진 명쾌한 답변. 그 하나에 힘도 솟고, 생각도 정리된다. 그래서 오라방과의 만남은 언제나 상쾌하고 시원하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멈춰있던 답답함이, 좀 더 비워도 된다고, 아직은 괜찮다고, 낙담하지 말라는 위로로 바뀐다. 덤으로 받은 한꾸러미의 선물. 서울 교구엔 없는, 의정부 교구에서 통용되는 교리수업 책자 한 권. 구해 놔 달라는 부탁도 잊어버리셨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