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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것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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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것은....

nemo28 2013. 11. 20. 18:32


비단 겨울이라는 계절만이 아니다.

서슬퍼런 칼날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
그들 가슴에 겨울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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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31114214515094

[생태경제 이야기]길고양이를 위한 왈츠

 
 
올해 처음으로 영하로 내려갔다. 유난히 길고도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상을 보면서, 나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딱 1년 전, 처음 영하로 내려가던 날, 우리 집 마당에 살던 새끼 고양이 4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 가을에 태어난 녀석들이야 아직 약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봄에 태어난 녀석도 그날 같이 죽었다. 목둘레를 감싼 노란색 털이 너무너무 예뻤다. 그 봄에 태어난 두 마리 고양이들에게 각각 '생협'과 '강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었다. 그 당시 내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던 것들이었다. 강북은 무사히 같이 이사를 와서 지금도 매일같이 나와 몇 시간씩을 보내고 있다. 생협을 발견한 것은, 마루 유리창 바로 앞의 회양목 사이에서였다. 얼어 죽은 후 온몸이 빳빳하게 굳은 녀석을 안아들고 정말 슬프고도 슬프게 울었다. 우리 집 마당에서 태어난 길고양이, 그러나 녀석이 죽고 난 다음에야 난 녀석의 몸을 안아줄 수 있었다.





 
"아, 왜 우리는 시간이 있을 때 서로 사랑하지 못했는가!"

너무너무 예뻤지만, 겨울의 시샘은 그 가냘픈 몸에서 결국 숨결을 거두어갔다. 살아남은 녀석들을 겨우겨우 새로 이사 간 집으로 데리고 왔고, 긴 겨울을 버티고 올해 다시 겨울을 맞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3년이 넘지 않는다. 겨울에 많이 죽고, 염분이 들어간 음식 찌꺼기를 주로 먹으니까, 역시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우리 집 마당에 오는 녀석들은 내가 충분히 먹이를 주는데도, 역시 겨울이면 몇 마리씩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사람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고양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제법 포즈를 취하고 뭐 좀 주세요, 아저씨, 이런 표정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사람 눈과 마주치면 일단 숨거나 줄행랑을 놓는다. 작년에 영화사 사무실에서 키우던 새끼 고양이는 결국 인근 아파트 부녀회가 풀어놓은 독약을 먹고 죽었다. 아파트 집값 떨어진다는 게, 결국 내가 알아본 이유였다. 길고양이를 구조적으로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들, 아아, 여기에도 토건이 개입하다니!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어가면서 솔로 현상이 심각해지고, 당연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당연한 현상이기는 한데, 아직 사람과 고양이가 어떻게 도시 안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지, 우리에게는 숙제이기만 하다. 길고양이를 오래 돌보다보니, 수많은 캣맘들이 동네에서 벌어졌던 박해와 구박에 대해서 나에게 하소연하기도 한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rtupcoll=NNS&q=%EB%8F%84%EC%8B%9C%EC%83%9D%ED%83%9C%ED%95%99&nil_profile=newskwd&nil_id=v20131114214515094" target=new>도시생태학의 근간을 형성하는 고양이 문제에서, 우리는 더 많은 화해와 공존의 철학이 필요할 듯싶다.

법은 이렇다.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동물을 살해하는 사람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벌칙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동네 주민들끼리, 그렇게까지 범인을 찾아내고 법을 적용하는 것은 좀 가혹해 보인다. 안 그래도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나면 확률적으로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3분의 1은 결국 어느 구석진 곳에서 차갑게 죽어나가게 될 것이다. 세 번째 겨울을 무사히 나는 길고양이는 매우 드물다.

길고양이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딱 하나만 호소하고 싶다. 그들을 걷어차도 좋고, 심술을 부려도 좋다. 그러나 독극물을 푸는 일만은 하지 마시라고. 그건 현행법에서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사소한 이유로 범죄자가 되실 필요는 없지 않으신가! 길고양이를 위한 왈츠, 첫 영하로 내려가는 날, 이 생각이 들었다. 왈츠, 품파파 품파파, 세 박자, 그런 경쾌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듯싶다.

<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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