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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s 다락방
2005년, 교리신학원에서 내가 만든 구유. 조잡하지만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ㅋㅋ. 방학기간이라 신학원은 한산하고, 난 미화부장이라 구유는 만들어야 하고, 미화부원들은 연세 많으신 형제님, 수녀님, 본당 활동에 열심인 언니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없이 나 혼자, 제대꽃꽃이회 종록 언니의 힘을 빌어 겨우 완성.그런데 아늑한 집 모양의 마굿간이 아니라 춥고 어두침침한 동굴로 마굿간을 표현했다고 교무과장님, 곱지 않은 시선 보내시더라는.....ㅡ_ㅡ;;; 그러나 교무과장아줌니.... 그거 아시나요? 베들레헴은 당시 목동들이 동굴을 마굿간으로 사용했다는거. 그래서 동물들은 다른 동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안쪽으로, 사람들은 동굴 입구에 있었다는 사실을. 중요한건 말입니다... 마굿간이 뭘로 만들어졌냐가 ..
드디어 첫 강의. 시작은 미미했다. 두 번의 연기로 20여명이던 수강생이 11명으로 줄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한 시간에서 수강생의 숫자가 얼마인가는 중요치 않았다. 어쩜 잔뜩 긴장되어 있던 내 마음과 잘해야 한다는, 잘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당시 나의 가장 큰 함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정 연기로 인해 몸과 마음에 잔뜩 들어있던 힘이 자연스레 빠져나가고 오히려 가볍고 편안해진, 아니 욕심이 포기되면서, 오히려 내어맡길 수 있었고 그러한 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그 모든 시간과 모든 과정을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자리하게 되었으며, 지난 주일의 복음 말씀처럼 나의 그 온전한 믿음이 나를 낯선 상황에서 구원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첫 경험,..
전경련 재직시절, 존경으로 모시고 따랐던 상사이자,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아 금호그룹과 SK그룹으로 스카웃 되어 사장직과 고문을 거치신 분, 그 분이 퇴직 후 3개월만에 책을 펴 내셨다. 다수의 출판물이 있으시지만 그분께 직접 받아 본 책은 이게 처음이다.ㅎㅎ 그간의 책들은 대부분 경제, 경영 관련 전문서적이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나라 얘기, 회사 얘기, 개인적 대.소사도 실려있어 예전 책들에 비해 사람냄새 좀 나는 것 같다.ㅋㅋ 이 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열정과 뜨거움이 가득했던 순간들. 맡은 일의 결과에 인정받고 자긍심도 만끽해 볼 수 있었던 경험들이 녹아있던 시간들. 사실 개인적으론 결과물 따위보단 진행됐던 과정들이 재미나고 흥미로웠지만...^^ 내 삶에 있어 이 분과..
오후, 세찬 바람에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결국 집구석에 있지 못하고 꾸역꾸역 집 밖으로 기어 나갔다.정신없이 불어대는 세찬 바람, 하늘 높이 뻗어있던 나무들은 그 바람에 갈대처럼 쉬이 휘어지고 하늘의 먹구름은 무서운 속도로 가로질러간다.자연재해.인간의 힘으론 어찌할 방법없는 그 두려움.그리고 그 앞에선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인간의 나약함...
맥 빠진다. 콕 찝어 그렇게 말한건 아니지만 의사의 말의 요지는 이거였다. 난 건강하면 안된단다. 몸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안된단다. 건강할수록, 몸의 기능이 정상이 되어 갈수록 재발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몸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치료(?)를 해야한댄다. 무슨 이런 경우가..... 난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재발의 위험에 노출은 된다 하더라도 몸과 일상 생활의 기능에 있어서의 질적인 삶을 택할 것인가, 아님 그저 재발이라도 막기 위해 몸이 망가지고 고달퍼져도 적극적인 치료에 응할 것인가. 문득,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