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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s 다락방
여름이 간다. 밤낮을 모르고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우고 한낮의 뜨거웠던 열기가 아침나절 서늘함으로 찾아온다. 찬물에 더워진 몸을 식히던 때가 어제였건만 오늘의 몸 위로 부서지는 차가운 물방울은 시리게만 느껴질 뿐. 그렇게 어느 틈엔가 가을이 문 밖에 서 있다. 무기력했던 여름, 이젠 안녕.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하는 것'이다.과연 나는 내 삶에 필요한 용기를, 그저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그치는가 아니면 과감히 행함 속에서 나아가고 있는가....
장장 4일에 걸쳐 책상 정리를 했다. 정말이지 무척 오랜만이다. 자판도 아래로 넣어 가려지는 모니터 받침대와 서랍함 장만이 한 몫 했다.이렇게 비워져있는 책상 참 좋다. 역시 비운다는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저리 치우고 나니 더는 아무것도 올려놓기 싫어진다. 물론 이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곧 또 어지럽혀지겠지만.비운다는 거... 비우고 나면 다시 채우는게 좋은걸까 아님 계속 비우고 사는게 좋은걸까? 지인이 이런 말을 한다. 비우면 채우고 채워지면 다시 비워내고 또 비워지면 다시 채우고.... 그러는게 좋단다. 흐르는 물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내 삶도, 비우려 애쓰고 또 채우려 애쓰는 것 보단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할 줄 아는 융통성과 유연함이 필요할 듯 싶다.
장장 닷새를 효소와 보리차를 주식으로 떼우고, 약 먹느라 한끼만 죽을 끓여 먹었던 지난 닷새. 체해도 너~~~무 체했었나보다.그래도 그닥 먹고픈 것도 없었고, 음식을 봐도 회가 동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 속이 안 좋을 땐 가능한 안 먹고 위를 쉬어 주는게 자가치유 능력도 상승되고 좋은 듯 싶다.또 한편으론 먹는게 적어지니 그만큼 몸의 가벼움에 삶도 가벼워지는 것 같이 느껴지고. 가벼움. 가벼운 삶, 내려 놓아 비우는 삶. 지금의 내 삶은 과연 얼만큼의 무게를 지고 가고 있을까. 비워내지 못한 집착으로 자칫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대림시기를 보내면서 다시 오실 아기예수님께 내어 드릴 자리를 위해 그간의 빠져있던 심리적 매너리즘의 묵은 먼지 털어내고 내 마음의 빈자리 마련에 부지런히 빗..
그랬다. 예전의 나는 뜨거운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뛰는 가슴이 있었고 호기심 가득한 설레임도 컸더랬다. 활주로를 뒤로 하고 날아오르는 비행기나 정겹게 울리고 지나가는 기차의 바퀴소리, 상큼한 바람과 달리는 차의 진동 그대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길 위에 있을땐 더욱 멀리, 더욱 높이 떠나가고픈 전율로 온 몸이 떨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훌쩍 길을 나서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마음을 실었다. 그러나 언니를 배웅하는 공항에서도, 막힘없이 시원하게 달리는 도로 위에서도 오늘의 나는, 한때 그렇게 요동치던 심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그리 된걸까? 두려움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덤덤해져버린.....! 어쩐지 울적해지는 이 기분을 도무지 외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난 그저 지금의 내가 너무도 낯설 뿐이다.